top of page
핌불2.png
핌불.png
" 저를 원망하셔도 좋습니다. "

여성

17세

6월 21일

166cm / 54kg

샬롯 애비게일.png

완벽 없는

갈라테이아

샬롯 에비게일

Charlotte Abigail

MPC 용3.png
MPC 용.png
MPC 용2.png

SS

​등급

MPC 능력자.png

[패널티]

  이어진 실의 형상이 그에게서 인간성을 빼앗아 인형에게 부여하기라도 하는지, 아니면 이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자연히 저도 인형을 닮아가는지. 인형을 운용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온몸의 감각을 잃었다. 가장 빨리 사라지는 것은 전투 중 눈치채기 어려운 후각과 미각. 때문에 감각 이상을 인지하는 건 주로 세 번째 감각, 시각이 마비될 때 쯤이었다. 시각 이후에는 청각으로, 청각 이후에는 촉각으로 감각 소실의 범위가 확대되곤 했다. 이는 안전과도 곧장 연결되기에 시각이 소설된 시점에서 감각을 회복할 만큼의 충분한 휴식을 취할 것을 권고 받았으나, 잘 따르고 있는지는 미지수. 다행히도 영구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라, 능력의 사용을 중지한 후 최소 12시간에서 최대72시간 이내에 원래대로 회복되는 수준이다.

두뇌 활용> S 신체 능력> S 능력 발현> SSS

00

능력

마리오네트

 인형술사. 누군가는 그렇게 부를지도 몰랐다. 샬롯의 이능력은 화려하지 않을지언정 사용법이 명료하고 그만큼 강했다. 들어올린 손끝에 형체 없는 실의 환영이 엮여들면, 반대쪽에는 그가 인형이라고 부르는 꼭두각시들이 생겨났다. 관절 인형의 형태를 닮았으나, 그저 새하얗게 서 있을 뿐 주어진 얼굴이 없는 것들. 표정도 자아도 없이 오로지 샬롯 에비게일의 의지에 따라 조종되는 것들. 분석 결과 그 꼭두각시들은 칼슘과 석회질을 비롯한 다양한 물질로 구성된 단단한 외피를 갖추고 있으며, 강철을 능가하는 강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기에 단순히 인형의 팔을 휘둘러 가격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무기를 휘두르는 수준의 파괴력을 보이며, 샬롯의 지시 하에 인간과 흡사한 움직임을 보이므로 공격력 하나는 견줄 바 없이 뛰어났다. 

 

  샬롯은 이런 인형들을 최대 10개까지 동시에 생성하여 뜻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다만 약점이 있다면 인형이 받는 타격을 시전자인 샬롯 자신도 나누어 받는다는 것. 자신에게 직접 가해지는 피해보다는 당연히 충격이 덜했으므로 인형을 방어에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인형을 무조건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파괴되거나 파손되지 않도록 인형의 컨트롤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01

​외관

  개화(開花). 아니, 그것을 개화라고 부를 수 있나? 인형처럼 흰 피부, 온전히 마무리된 미(美). 여전한 아름다움이다. 누군가에 의해 세심하게 창조된 것처럼, 인위적으로 빚은 듯한 이목구비. 둥근 이마에서 신중하게 흐르는 콧대의 선, 조심스럽게 맞물린 입술. 서글프도록 아름다운 옆얼굴의 윤곽. 그 성질 자체가 사라지지는 못한 탓에 여전히 인간이나 살아있는 것 따위보다는 눈 덮인 산맥을, 누구의 발자국도 남지 않은 만년설을, 목소리도 다정한 손길도 갖추지 못한 것들을 더 닮은 외모다. 세월이 지났으나 그 기이한 완결성은 조금도 허물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견고하게 세워진다. 아주 세심한 손으로 깎아낸 조각상. 온전하게 아름다운 푸른 눈의 갈라테이아 -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조각. 그녀의 피부는 대리석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흠 없이 매끄러운 감촉.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부풀어올랐다 덧없이 주저앉는 흉곽이, 손길이 닿으면 움찔 물러서는 허리의 곡선이, 겨우 그 정도의 것들이 증명하는 그녀의 생기. 그녀의 생의 증거는 닿지 않으면 실감이 되지 않았다. 차라리 살아있지 않다 하면 납득이 될 것 같았다. 차라리 그렇게, 무기질적인 완성품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개화한 아름다움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잘 조형된 인공물처럼 생긴 주제에 여전히 색소가 옅다. 한 철 비상하고 그대로 꺾여 바닥에 처박힌 것들. 희끗한 눈보라, 공기 중에 산란하는 빛조각, 옅게 드리운 잿가루. 꼭 그러한 것들의 색을 뽑아내어 늘어뜨린 듯한 얇은 머리카락은 여전히 희미한 바람에도 쉽게 흐트러져 나풀거렸다. 안개처럼 너울거리는 성질. 선명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인상적인 미모를 가지고서도 언제 무너져내려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존재. 하여 끝이 살짝 올라간 눈꼬리는 사납다기보다는 무정했다. 단정한 이마에서 콧대를 따라 흘러내린 부드러운 곡선, 단정한 입매. 그녀는 정말 계획대로 조경된 정원 같았다. 그래, 그저 새하얀 장미가 만개한 봄의 정원. 향기도 색깔도 없는 화원.

   그리하여 흩어져 사라질 것 같은 이를 구태여 이 현실에 끌어다가 못박는 것은, 그 수없는 희미함 사이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선명한 남색 눈동자였다. ...위화감이 든다. 무언가가 뒤틀려 있다. 조각가는 고개를 들어 자신이 오래도록 사랑한 조각상이 첫 숨을 들이쉬는 것을 보아야만 한다. 그것이 자신의 운명임을 깨닫고 그 공포에 저항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진실로 사랑의 축복인가? 조각상은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박제된 압화일때 비로소 아름다운 것일진대. 만약 그 압화가 부피를 가지고 존재를 가진 탓에 공기 중에 향기를 피우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과연 기적인가? 그것은 과연 좋은 쪽으로의 변화인가. 입술 사이로 다사한 숨이 새어나온다. 무상하던 것의 한 귀퉁이가 미미하게 어그러졌다. 그 어그러진 틈새 사이로 무언가가 젖어든다. 살아있는 여인의 초상처럼, 아, 푸른 눈의 갈라테이아가 눈을 뜬다. 잿빛의 대리석으로 조각한 눈이 아닌, 빛을 받아들이며 한껏 벌어진 동공으로, 새벽의 여린 빛이 몸을 뒤채는 푸른 홍채로, ...그녀는 이곳에 존재한다. 존재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02

성격

태동하는 자아 / 굴레 끊은 번견 / 고요한 죄악감

 

태동하는 자아┃담담한, 희미한 감정, 침착한

“제가 선택했으니까요.”

  매사에 무감정해 보일 정도로 덤덤하던 인형의 남색 눈동자, 그것의 표층 아래, 저 아래, 깊은 어딘가에서 미미한 스파크가 튀어오른다. 점화의 불꽃에 가까워보이는 아주 짧은 스파크. 겉으로 달라진 것이 많지 않다. 여전히 깊은 심해. 외부의 폭풍 따위가 멋대로 헤집어 놓을 수 없는, 아주 깊이 몸을 낮추고 흐르는 해수. 동요하는 일이 많지 않았고 종종 위기가 닥쳐도 바로 겁에 질리기보다는 침착함을 유지하는 성정이었다. 그러나 갈라테이아의 이야기는 이미 정해진 수순을 밟았다. 대리석의 피부가 부드러움을 얻고 숨쉬지 않는 입술이 젖은 호흡을 뱉었으니 이미 인형은 인간으로 몰락한 셈이다. 그것이 드러나는 지점은 확실하지 않으나 동시에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때가 더 많았다. 정확히 짚어 말할 수 없는 차이다. 마치 우리가 인간의 경계를 명확히 규정지을 수 없는 것과도 같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차이다. 마치 우리가 인간 아닌 것을 명확하게 배척할 수 있는 것처럼. 그러니까, 고작 피부가 따뜻해서 숨에 생기가 돌아서 혹은 그 푸른 홍채 안에 빛이 들어서만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도 제게 부여된 의무를 우선하던 이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자신에게서 분리하여 멀찍이 밀어두었던 것을 마주한다. 감정이라는 이름의 금이다. 완벽하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만들어졌던 존재인 그녀에게 언제, 어느 순간부터 그러한 틈새가 벌어졌는지를 생각한다. 그녀 자신이 이미 답을 알고 있음에도 오래 되짚어 생각했다. 갈라테이아는 인간을 알고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에게 사랑받아, 결국 저 스스로도 인간이 되어버리고 말았으니 흠 없는 인형이 인간의 마음을 알았다면 그것은 의심할 여지 하나 없이 인간의 탓이다. 인간의 탓이다. 인간과 함께했던 탓이리라.

 

  여전히, 그녀는 인간의 마음과 인간의 감정에, 인간의 나약하고 말랑한 모든 부분에 서투르다. 호불호는 강렬하지 않고 희미했으며 그녀는 차라리 수용을 택하고 싶을 때가 더 많았다. 그녀라는 사람 자체가 뒤바뀐 것은 아니었으니. 그럼에도 입꼬리 끝이 미미하게 들려올라가는 순간이 있었다. 그럼에도 겨울의 정원에 따뜻한 봄바람 하나 불어들듯이, 흰 얼굴에 미약한 온기 드는 순간이 있었다. 최고가 아닌 군인, 그러나 최악도 아닌 인간…. 이것이 좋은 변화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조각난 균열이 자신을 더 온전하게 만들어줄지 혹은 조각가에게 버려져 나뒹구는 대리석 파편으로 만들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자아가 태동한다. 태동은 맥박이, 맥박은 목소리가 되어 - 그녀는 말하고야 마는 것이다. 제가 선택한 길이에요….


 

굴레 끊은 번견┃미약한 의지, 의문할 줄 아는, 휘둘리지 않는 배려

“설명해주세요.”

  그 어떤 지시에도 조금의 의문이 없이 순순히 고개 수그리던 여자는 이제 오간데 없다, 그것은 그녀가 갑작스럽게 급진적인 반항아, 모든 지시와 명령을 뛰어넘는 성격의 이단아로 돌아섰다는 뜻은 되지 못했다. 그녀는 여전히 명령을 내리기보다는 명령을 받는 쪽이 익숙했고, 명예에도 권위에도 일그러진 탐심 내지 않았다. 욕망은 외부보다는 내면을 향해 스스로를 몰아친다. 부드럽게 이어진 목선에는 번견의 굴레가 퍽 잘 어울렸을 것이다. 그녀가 얌전히 목을 내어주고 몸을 낮추었다면, 끝내 굴종을 몰랐더라면 그녀는 아마 가장 아름다운 충견이 되어 주인의 발치에 엎드린 것이 되었으리라. 그러나 감히 누가 예상했을까! 다른 누구도 아닌 샬롯이. 샬롯 에비게일이 제 주인의 발목을 물어뜯고 목줄을 거부하며 뛰쳐나갔으리라고. 영혼의 본질을 파악하는데는 종종 단 한 번의 전환점만이 필요했다. 그녀는 이미 그 전환점을 돌아 달려왔으므로 변화는 필연적인 수순이다. 감정을 알면 붕괴할 것이라고 그녀는 믿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녀는 붕괴한다. 감정과 감각을 깨달은 죄로, 제게 주어졌던 타의의 명예가 무너지는 꼴을 본다.

 

  지시된 것에는 종종 이유가 있다. 지시 받는 자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쪽이 좋았다. 지시의 이유를 알아도 알지 못해도 이행하는 것에는 조금의 지장이 없으니, 무엇하러 이유를 묻고 파헤쳐 스스로에게 약점을 만든단 말인가. 그렇게 믿었던 것이 무색하게도, 미미하게 피어오른 그녀의 의지는 이제 의문을 가능하게 한다. 부조리와 불합리 앞에 멈춰설 수 있는 발걸음. 여전히 차분하고 침착한 목소리. 분노가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는 맹렬하게 분노하여 외치지는 않을지언정 조근조근한 질문을 내뱉는다. 왜죠? 뜻대로 하셔도 좋아요. 하지만 제가 따르길 바라신다면 이유를, 이유를 주세요….

 

  자연히, 기만적인 애정이 만들어낸 배려가 진실성을 획득한다. 행동의 동기가 온전히 선하지 않다고 할때, 행동의 결과가 선하다면 그 행동은, 그 사람은 선하다고 할 수 있는가? 오래 전 그녀에게 주어졌던 논제. 명제의 참과 거짓을 가릴 수 없었으므로 그녀는 차라리 전제를 부정한다. 행동의 동기가 온전히 선하지 않다고 할 때 - 실제로 과거의 그녀는 그러했다. 오직 그것이 옳기 때문에만 사람을 도왔다. 인간이란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도덕적 교육이 만들어낸 허울 같은 다정함. 그러나 그녀는 이제 그것에 동기가 있음을 안다. 당위를 우선하는 욕망이 있음을 안다. 종종 인간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는 어떤 감각을 느끼기 때문에 선행을 베푼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그녀가 그 감각을 느끼기 때문이다. 심장 언저리에 소복히 쌓이는 눈처럼 애정이 쌓인다. 여전히 다정했다. 그러나 피상적인 껍데기를 찢어발기면 그 안에는 석류알 같은 친애가 반짝이고 있었다. 단발성이 아닌 다정. 그렇다면 이제 이렇게 말하는 쪽이 더 적합할 지도 모른다. 샬롯 애비게일은 다만 천성적으로 상냥하다고.


 

고요한 죄악감┃죄책감, 저지르지 않은 잘못, 고난

“저는 선하지 않아요.”

  그러나 인간성의 획득은 때로 몰락이다. 사유하기 시작한 자는 마땅히 세상의 빛을 보는 만큼 세상의 어둠 또한 바라보게 되지 않겠는가. 사랑할 줄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항상 사랑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언젠가 한 번은 무언가를 미워해야 할 때가 생기고야 말듯이. 언젠가 한 번은 빛에 드리우는 그림자를 마주해야 하듯이. 샬롯 에비게일의 경우에, 제 뒤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는 자신이 저지르지 않았으나 명확하게 알고 있는 죄업에 대한 죄악감이었다. 그것은 저 자신의 그림자라 분리할 수도 없어, 빛을 향해 걸으려고 하면 할 수록 몸집을 부풀리며 얇은 발목을 단단히 틀어쥐었다. 그녀는 인형의 자리에서, 조각상의 전시에서 내려와 인간을 사랑하게 될 줄을 알았으나, 동시에 인간이 저만큼 아름답지 못하다는 사실도 깨달아야 했다. 갈라테이아는 진정으로 피그말리온을 사랑하는가? 피그말리온은 갈라테이아를 사랑했다고 한들, 이지를 얻은 갈라테이아가 반드시 피그말리온을 사랑하리라는 근거는 어디에서 오는가. 만약, 피그말리온이 악하고 삿된 자라면 갈라테이아는 자신의 창조주를 거부해야 하는가?

 

  기나긴 싸움은 지지부진했고 어느 쪽도 옳지 못했다. 죽고 죽이는 싸움과 비겁한 술수가 지속되는 전쟁의 시대였다. 자유를 쫓아 굴레를 끊고 도망쳤으나 여전히 같은 굴레를 매고 서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제가 아는 얼굴들이었다. 사실 저를 인간으로 만들었던 이들의 얼굴이 섞여 있는 상대들이었다. 제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어도 좋은가. 오직 사람으로 살기 위하여, 인형 아닌 인간으로 살아보기 위하여 선택한 길은 그들을 배신하는 길이었다. 자신이 아끼고 좋아했던 존재들을 온전히 등지는 선택이었다. 돌이킬 수도 없었으므로 아마 이 두 손으로, 인간의 체온 가진 두 손으로 그들을 다시 끌어안아주는 것은 허락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여린 가슴에 사무치도록 아린 깨달음이 되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연이어 깨닫는다. 자신이 속한 곳도 온전한 선(善)이 아니라는 사실은 자명했다. 테러리스트, 그 한 단어의 하중은 또한 얼마나 무거운가. 그 이름 아래 몇이 희생되었으며 또 앞으로 몇이 더 죽을 것인가? 그녀는 종종 제 흰 손을 내려다보았다. 핏물은 묻어있지 않은 손이었다. 그러나 어쩌면 언젠가, 핏물이 묻을 손이었다. 혹은 제가 모르는 곳에서 이미 핏물에 젖은 손이었다. 그녀는 알 수 없었다. 미묘한 죄책감. 저지르지 않은 죄에 대한 죄악감이 스스로를 내리누르는 감각을 선연하게 느끼며, 샬롯 에비게일은 시선을 들었다. 눈 감지 못할 것이라면 마주하지 않을 수 없었으므로.

03

기타

샬롯 에비게일_2.png

  성장배경

 제 7의 인류, 역전의 영웅! 그 단어만큼 에비게일 가문을 사로잡은 것도 없을 것이다. 아니, 보다 정확히는 로저 에비게일을 사로잡았다 해야할까. 과학과 지식을 연구하는 자들의 숙명인지, 혹은 그 자신의 야심인지. 로저 에비게일은 이능력을 지닌 새로운 인류, 센티넬과 가이드에게 집착적인 애정을 품었다. 모든 원칙을 지배하는 자연선택의 원리에 따라, 옳은 것이 선택받아 진화했고 그릇된 것이 도태되었으니 - 진화의 끝에 도달한 것들을 신으로 받들어 찬양하리라. 그들이 바로 새로운 포식자가 아닌가. 그러나 고작 일반인에 불과한 로저 에비게일은 군림자들의 집단에는 발을 들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연구자의 길을 택했다. 자신은 선택받지 못했으나, 제 자식은 또 다를지 몰랐다. 그러나 운명은 그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는지, 첫번째 자식인 그레이스 에비게일은 19살 생일이 지날 때까지도 센티넬이나 가이드로서 각성할 기미가 전무했다. 실패작, 실패작, 나의 핏줄은 전부 실패작 뿐인가? 그러나 포기하기엔 일렀다. 두 번째 자식, 샬롯 에비게일이 마치 기적처럼 센티넬로서의 능력을 각성한 것이다. 견고한 외피와 강인한 공격력을 가진 인형을 다루는, 인간 마리오네트. 로저 에비게일은 환희했다. 이것이야말로 신의 안배, 은총, 선택받은 자의 행운. 로저 에비게일은 자신의 성공작에게 속삭였다. 나의 완벽한 딸, 진화의 주인공아. 너는 선택받은 자, 자연 법칙의 부름 받은 자, 인류의 미래. 기꺼이 나의 영광스러운 연구 대상이 되렴. 어린 소녀는 그 잔혹하고도 집요한 말들에 깊이 상처입었다. 어째서 내가 그러한 무게를 짊어져야만 하죠? 당연한 반항에 로저 에비게일은 당황하고야 말았다. 샬롯 에비게일은 로저 에비게일의 염원을 이루어 줄 유일한 핏줄. 그러니 반드시 자신의 뜻에 따라야만 했다.

 

  그리하여, 로저 에비게일은 샬롯이 유일히 정 붙인 그의 언니를 미끼로 삼았다. 샬롯이 주어진 의무를 거부할 때마다 고통받는 것은 샬롯이 아니라 그레이스가 되었다. 남들 앞에서 보란 듯이 자신의 첫째를 귀애하던 로저 에비게일은, 자신과 자식들만이 있을 때 본색을 드러냈다. 봐라, 샬롯! 자연의 법칙이 강자의 손을 들어주고 약자의 손을 거부하니, 너는 선택받은 존재고 이 실패작은 그렇지 않지 않니. 사랑하는 딸아, 너는 선택받은 자로서 의무를 행해야 한다. 광기에 젖은 아버지, 자신으로 인해 고통받는 친언니. 덜덜 떨며 소녀는 결국 고개 수그렸다. 네, 아버지가 시키시는대로. 한번도 원하지 않은 축복, 원하지 않았던 기적. 자의를 지우고 마음을 죽이면 모든 것이 다만 평화로웠다. 아버지의 뜻대로 갈라르호른 본부에 입학하고 16살 생일에 스스로 피실험체에 지원하기까지 샬롯은 그림자처럼 발목 끝에 따라붙는 죄책감의 잔상을 지우지 못했다. 정말로, 이 세계는 그러한 법칙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진화의 마땅한 법칙에 따라, 그러지 못한 것들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운명인가. 의문 어린 목소리는 어디에도 닿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목소리 잃고 심해에 잠긴 인간은 기어이 숨이 틀어막힌 채로 인형의 생에 순종하고야 말았다. 어떤 반발도 없이, 그저, 그렇게.

 

그리고, 전환점

  끝없이 이어진 테러, 심화되는 갈등. 2199년, 로저 에비게일은 자신의 실험체였던 이들의 손끝에 생을 마감했다. 핌불베트르라 불리는 이들의 소행이었다. 샬롯 에비게일은 자식된 도리로 그를 추모하였으나 진심으로 슬퍼하지 못했다. 슬프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로저 에비게일은 모든 결과엔 이유가 있다고 가르쳤다. 그러니 이 죽음 또한 그 스스로 야기한 결과일 터. 아버지를 위해 눈물 흘리기에 샬롯 에비게일은 메말라버린 지 오래였다. 갈라테이아는 피그말리온을 사랑하지 못했다.

  창조주가 죽자 피조물의 사고는 핌불베트르로 향했다. 아버지를 죽인 자들. 동시에 모든 의무를 벗어던지고 인간답게 살겠다 외치는 자들. 그 순간 샬롯의 안에 욕망의 불길이 일었다. 하여 자신을 붙잡는 그레이스 에비게일을 뒤로 하고 반역자가 되었다. 그것은 센티넬도, 가이드도 아닌 ‘인간’을 구하기 위한 야망이었다.  이 국가의 절대적인 힘을 모르지 않았다. 하여 대적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힘과, 그만큼의 영향력을 손에 넣는 수밖에 없으리라. 그러므로, 모든 전장은 내 삶을 위한 것. 비로소 인간답게 살기 위한 것. 어떤 지시도 거부하지 않는 인형은 이제 맹목 아닌 열망으로 발걸음 내딛었다. 혁명에 혁명을 거듭하여, 언젠가 제게 묶인 실 끊어버리고 인형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취미

  여전히 호불호가 확실하지는 않았으나, 적어도 늘상 하는 일은 있었다. 실뜨기. 꼭 제 눈동자를 닮은 남색의 실타래, 그것을 희고 모양 좋은 손가락 사이에 얽어놓고서는 하릴없이 손장난을 치곤 했다. 유일하게 의미도 목적도 없는 행위였으나, 자유롭게 풀려나가야 할 것을, 제가 원하는 형태로 돌려놓는 행위라는 점에서 샬롯을 무엇보다도 잘 나타내는 습관이기도 했다. 누군가 묻는다면 잠시 망설인 끝에, 어쩌면 취미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답을 내었다. 종종 어떤 것을 좋아하는 것은 맹렬한 애정을 필요로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제가 원해 반복하는 행위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샬롯은 실뜨기를 좋아했다. 그러니 실뜨기는, 샬롯의 취미다.


 

소지품

-얇은 남색의 실타래

종종 실뜨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자유롭게 손가락을 움직이고 실을 묶어 원하는 형태를 만들며….

-머리빗

유독 얇은 머리칼은 쉽게 흐트러졌으나, 수시로 정돈한다.

어긋남을 허용하지 못하는 것 아니나 단정한 것이 좋지 않냐며 부끄러운 듯 웃던 입가.

  

전자칩 위치

오른쪽 팔뚝

04

관계

05

​수위

​플레이

B

바닐라 / 기구플, 안대플, 속박플을 비롯한 소프트 BDSM / 착의플 / 야외플 / 더티토크

골든샤워 등을 비롯한 비위생적 플레이(더티플) / 유혈 이상의 상해

상대가 원하는 것

 상대가 원하지 않는 것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