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첫 키스가 시체였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2-2. 첫키스｜때는 2198년, 인간의 힘으로 버텨낼 수 없는 재앙이 몰아치던 시기. 투입되는 가이드 중엔 당연 스알나일도 포함되어 있었고, 전장에서 핏물에 점철되어 죽어가는 센티넬을 만났다. 콘크리트 건물에 깔린 채 마지막 만큼은 편안하게 죽고 싶다며 빌던 그에게 입맞춤 했던 것이, 그의 첫 키스였다. 우스운 후일담으로, 이 스무 살의 경험을 기점으로 동화에 서술된 온갖 로맨스적인 환상은 버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은근히 키스 만큼은, 지금에 들어서도 웬만하면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2-3. 그 때도 스무 살이었죠. 아팠어요. 그게 전부입니다.

2-4. 가이딩｜그의 본격적인 첫 가이딩을 물어볼 때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얼버무리곤 했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답지 않게 눈살을 확 찌푸렸다. 다 모르겠고, 아프기만 했다나. 아무래도 가이딩이었던 만큼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했을 테다.

2-5. 시행착오와 훈련｜능숙하면서도 효율 높고, 맡은 바는 착실히 해내기까지 하는 최상등급의 가이드를, 상부에서는 꽤 아끼는 듯했다. 이로 인해 그에게는 늘 일이 몰렸다. 대부분이 가이드로서의 일이었으니 스스로의 기량을 몰랐을 적엔 혼절한 경우도 적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여 이후부터 그는 매일같이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가이드로서 체력 관리는 해야 한다며 꾸준히 체력이나 무술 훈련을 해내는데, 단지 그런 이유라고 하기엔 어딘지 절박함이 엿보였다. 우수수 쏟아지는 땀방울을 흘리며, 마치 독을 품은 듯 바깥을 바라보는 하얀 동공에선 늘 돌아보지 않는다고 중얼거리던 과거가 비치기도 했다. 그리 훈련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을 돌보지는 않는다는 점이, 누군가에겐 희생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2-6. 전자칩｜전자칩은 (표현하자면) 날개뼈 사이, 심장과 가까운 곳에 삽입했다고 한다.